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을 추억하며



16대 대선 당시 나는 소위 말하는 노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노무현 지지자였다. 아쉽게도 나이가 되지 않아 투표는 할 수 없었으나 후보시절 KAIST에 연설을 하러 왔을 때 강의실 단상 바로 아래에 쭈그려 앉아 그를 1미터 남짓 거리에서 올려다보기도 했고, 5공 청문회 동영상과 그의 정치인생을 보며 언변과 소신에 감동했고, 대선 방송 시 노무현 당선 확정 발표를 보고 친구과 맥주 한잔 기울이며 기분좋은 밤을 보내기도 했다.

왜 그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서민 대통령이라서? 그가 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줄 사람이기때문에?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고 순탄한 길을 걸어론 나로서는 그가 서민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수십년간의 정치인생에서 소신을 지켜왔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켰던 정치인 중 유일하게 눈에 들어왔을 따름이리라.

대선 후 약 1년 반 정도가 지난 후 국회에서 노무현 탄핵이 일어났다. 그 이전까지 사실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는 것에 무척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때 처음으로 광화문에 나가보았다.



솔직히 그때도 대단한 이유를 가지고 현장에 나갔다기 보다는 뭔가 이건 너무 추잡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때까지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에 참여하지 않았던 나에 대한 자성의 발로였을 지 모른다. 어쨌던 그렇게 처음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모인(나름의 순수한 목적을 지닌 시민 집단이라고 하나) 군중의 일원으로서 참여해 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이 위헌으로 발표나고,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 후 수년간,

그의 정적들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언론도 그러하였으며 사법부, 노동집단, 단순한 소시민들까지 별의별 집단은 다 노무현에게 등을 돌리고 욕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나 또한 노무현에게 심취했었던 시절의 감흥은 퇴색되어가며 노무현이라는 이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종종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006년 군에 입대하게 되었고,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직속상관 관등성명 가장 첫 줄에 위치한 이로 나에게 다시 다가오게 되었다. 군 내부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직기관 중 하나에서 복무하다보니 해당 조직 내에서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특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훈련소에서부터 직속상관 관등성명 대통령 노무현님 을 외치는 나의 목소리에는 노무현이라는 이에 대한 일종의 애뜻함이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군대에서 부재자투표로 첫 1표를 행사하게 되었고, 별다른 고민 없이 야당의 후보, 현 대통령에게 첫 한표를 던졌다. 지금에와서도 이때 행사한 한표에 대해 아쉽다거나 부끄러운 생각은 없다. 사실 상 당시 모든 후보 중 가장 나았던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직속상관 관등성명 속 이름은 교체되고, 대통령님 사진이라고 붙혀놓았던 현관 사진도 바로 교체되었다. 그렇게 노무현은 퇴임 후 눈에서 멀어졌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낙향 후 그는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며 인기 대통령이 되었다.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시들해질수록 고향에 있는 이전 대통령의 인기는 올라갔다. 이는 경제를 살리라고 뽑은 대통령의 정책이 실상 경제를 부양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 금융위기나 실업난, 등 각종 악재가 있었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예전 그의 소신과 원칙으로 인해 국민들이 누렸던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민주와 자유.
헌법에도 출연하며 군에서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임을 수차례 학습한다.
자유와 민주를 그 어떤 시대보다 많이, 그리고 확실하게 누렸던 시기가 16대 대통령 노무현 재임기간이다.
특히 민주와 자유라는 가치 보다는 준법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 정부의 방향으로인해
예전에 누렸던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쪽 조그만 마을에는 그토록 많은 사람이 방문했고 그를 손님들 앞에 나와 인사하게 했을 것이다.

2009년 5월 23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종강 후 거나하게 진탕 놀아재낀 후 처음 실행한 네이버 첫 화면에는 노무현 서거라는 문구가 있었다. 순간 멍해졌다. 감히 지금까지 있었던 대통령 중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랑할만 한 사람이 세상을 등져버렸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슬프다거나, 눈물이 난다던지 하는 슬픔이 있다기보다는 그의 말처럼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진정"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그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가 떠나고 TV에서는 연일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나왔다. 거리 곳곳에 펼쳐진 분향소에는 예전 그때처럼 남녀노소, 어른과 학생 그리고 아이와 노인들이 모두 그의 빈 자리를 슬퍼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그의 영정 앞에 꽃을 바치지 않았다. 너무나 갑자기 돌아서버린 모든 언론의 목소리와 군중의 행태에 무작정 동참하는 것은 그다지 끌리지도 않았거니와 약간 냉소적인 느낌이 들었다. 민심의 역풍을 우려한 보도 색깔을 바꾼 모든 언론과, 언제 그를 욕했냐는 듯 너무나 서글프게 울음을 토해내는 많은 사람들.

물론 그 눈물이 순수한 슬픔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은 왠지 그럴 수 없었다. 왜일까. 한총리의 조사에서 있었던 말처럼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해서였을까.

어쨌던, 이제 16대 대통령 노무현, 군인 시절 직속상관이었던 대통령 노무현님, 민주와 자유라는 가치를 권력의 정점에서도 민중에서 지켜주려고 노력했던 최초의 대통령은 세상에 더이상 없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고 무력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그러나 몸보다 마음이 훨씬 더 아팠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프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온 국민의 염원처럼,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하시길.

Good Bye,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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